딸아이의 인사 -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세요.

2014. 9. 9. 01:08 My Story_맥씨 이야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지도 내일 모레면 벌써 2년입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거짓말처럼 바뀌어버린 쌀쌀한 아침 바람처럼

그렇게 갑자기 눈을 감아버리신 아버지의 빈 자리가 믿기지 않았는데

엊그제만 해도 한여름마냥 푹푹 찌던 더위가 하룻밤 새에 청량한 가을공기로 바뀐걸 보니

아빠가 가신 그 때가 기억이 납니다.


돌 지나 걸음마에 재미들린 아이 손을 잡고 장례식장에 들어가

아버지 얼굴 한 번 더 보려, 한창 손타는 아이 품에 안고 정신놓던 때가 손에 잡힐듯 한데

그 아기가 벌써 커서 원피스 곱게 차려입고 꽃다발 들고 할아버지 묘지에 찾아가네요.





세 살짜리 꼬맹이가 뭘 알겠냐마는

할아버지 묘비에 뽀뽀 날려보내며 "할아버지 저 왔어요" 그러고 한참을 재잘댑니다.

아버지 묘에 올때마다 "할아버지는 여기에 잠들어 계신거야. 항상 우리를 지켜주고 계셔." 라고 말해줬더니 

이 조그마한 납골당 상자안에 덩치 큰 할아버지가 어떻게 들어가 계실까? 

궁금해 하는 듯 골똘히 생각하기도 하고

사진에서만 보던 할아버지 얼굴을 기억해내려 애써보기도 해요.


날씨도 좋고 바람도 좋고

추석 인사 드리고 기일에 맛있는 요리 많이 해놓을 테니 와서 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아이를 불러 돌아서는데 아이가 뒤돌아보며 외치는 소리에 갑자기 목이 메입니다.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세요! 나중에 또 만나요!"



그래요 아빠. 푹 주무세요. 아프지 마시고...

우리 나중에 꼭 만나요. 


하늘에서 왠지 아버지의 허허 하는 웃음소리가 들리는듯 하네요.



풍성하고 평화로운 한가위 연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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